[독서이야기] 4. 《BEING 내가 된다는 것》 (아닐락 세스) - 뇌가 만들어내는 '통제된 환각'과 자아의 비밀
아닐 세스 《BEING 내가 된다는 것》을 읽고 - 내가 인지하는 세상과 '나'라는 존재의 비밀
최근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고통받는 이들의 내면을 가만히 보듬고, 《감정의 발견》을 통해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이번에는 더 깊이 들어가, '나'라는 존재와 의식의 근원을 탐구하는 뇌 과학의 명서, 아닐 세스의 《내가 된다는 것(Being You)》을 펼쳐 들었다. 문학이 감성으로 인간을 들여다본다면, 이 책은 뇌 과학이라는 이성적 도구로 자아의 비밀을 파헤치지만 그 끝에서 느껴지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은 서로 닮아있다.
1. 🌈1부: 의식의 수준
- 의식은 어떻게 과학의 대상이 되는가 우리는 흔히 유물론, 유심론, 이원론 등 거창한 철학적 틀로 의식을 설명하려 하지만, 막상 정의하려 하면 의식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사라진다. 저자는 복잡한 이론 대신 '실제적 문제'에 집중한다. 시각, 소리, 냄새, 정서, 기분, 믿음 등 들어오는 감각 신호를 뇌가 해석해내는 과정(현상성)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방식으로 의식을 연구한다. 어두운 두개골 안에 갇힌 뇌가 감각 입력을 기반으로 의식적 지각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형성된다.
2. 🌈2부: 의식의 내용
- 우리가 보는 세상은 '통제된 환각'이다 2부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절대적인 실체가 아니라, 뇌가 감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해낸 '통제된 환각(Controlled Hallucination)'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눈이 세상이라는 창문으로 현실을 그대로 본다고 착각하지만, 인간의 시각은 적외선과 자외선 사이의 아주 좁은 영역에만 반응할 뿐이다. 뇌는 내부에서 외부로 끊임없이 예측을 던지고 수정하며 우리 눈앞의 현실을 만들어낸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3. 🌈3부: 자기(Self)
- 고정된 자아는 없다 3부에서는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파헤친다. 데카르트는 자아가 분리될 수 없고 불변하는 초월적 존재라 했으나, 흄은 자아를 '지각의 묶음'이라 했고 불교에서는 영원한 자아는 없다고 본다. 저자 역시 자아란 고정된 영혼이 아니라, 몸의 생존을 위해 뇌가 매 순간 만들어내는 일종의 '통제된 환각'이라고 설명한다.
섬망이나 신경학적 질환으로 자아가 분리되거나 흔들리는 사례들이 보여주듯, 정서와 기분은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몸 내부의 생존을 위해 안에서 비롯된다. 내가 느끼는 '나'라는 존재 역시 뇌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유연한 지각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4. 🌈4부: 또 다른 의식들
- 지능과 의식은 다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의식을 단순한 '지능'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지적한다. "의식은 지능보다 살아있음(Being Alive)에 가깝다." 그 예로 위장술에 능한 문어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문어는 색맹임에도 불구하고 전신 피부의 색소포 시스템을 이용해 주변 환경과 색을 완벽하게 일치시킨다. 눈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세상을 '보는' 문어처럼, 지구상에는 우리가 감히 다 가늠할 수 없는 광활한 의식의 공간이 존재한다. 인간은 그 광활한 의식 공간의 아주 작은 영역에 살고 있을 뿐이다.
5. [정리] 뇌를 이해한다는 것
이 책은 단순히 한 번 읽고 덮어두는 에세이가 아니라, 치밀한 과학적 사실과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파고드는 '교재'에 가까운 깊이를 지니고 있다. 용어부터 개념까지 낯설고 복잡해서 한 장을 넘기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의 뇌와 신체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지적 통문(通門)과 같다.
1. 뇌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네트워크다:
책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은 뇌가 고정된 기계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극을 주고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신경 회로가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유연한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2. 어려운 공부와 지적 도전의 가치:
처음에는 생소하고 머리가 아픈 과학적 사실들이라도, 이를 노트에 정리하고 내 언어로 소화하는 과정 자체가 뇌의 시냅스를 강화하는 훈련이 된다.
당장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인간의 의식과 생명의 비밀을 탐구하는 이 묵직한 기록들은 내 지적 지평을 넓히는 가장 확실한 이십일세기적 교양 자산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뇌과학과 자연과학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차근차근 넓혀가고자 한다.
🌈💡 읽기를 마치며
내가 보는 현실과 느껴지는 자아가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자, 나와 다른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넓어짐을 느낀다. 한강 작가가 인물들의 저마다 다른 상처를 깊이 있게 안아주듯, 각자의 뇌가 저마다의 세상을 구성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 시간이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타인을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바라보게 해준 뜻깊은 읽기였다.
댓글
댓글 쓰기
저의 블러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