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이야기] 10. 김상욱 《김상욱의 과학공부》 - 차가운 물리학의 눈으로 바라본 가장 따뜻한 세상
김상욱 《김상욱의 과학공부》 를 읽고- 차가운 물리학의 눈으로 바라본 가장 따뜻한 세상
최근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통해 뇌의 상실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 영혼의 고결함을 보았다면, 이번에는 인문학을 품은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펼쳐 들었다.
한강 작가의 글이 인간의 상처와 고통을 나지막이 보듬어준다면, 이 책은 우주의 규칙을 설명하는 딱딱한 '과학'이라는 언어로 인간과 사회, 그리고 삶의 존엄함을 지극히 따뜻하게 들려준다.
물리학은 차가운 공식과 기호로 가득 찬 학문처럼 느껴지지만, 김상욱 교수가 들려주는 과학은 뜻밖에 시(詩)적이고 다정하다. 저자는 차가운 이성과 과학적 사고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타인을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가장 인문학적인 도구라고 말한다.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을 잇는 저자의 철학적 통찰 중 마음에 깊이 남은 세 가지 시선을 정돈해 보았다.
1. 우리는 우주가 만들어낸 특별한 원자들의 모임이다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 수소, 산소 같은 원자들은 태초의 별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 우주의 먼지들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자가 아주 우연하고도 기적적인 확률로 모여 지금의 '나'라는 존재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내 몸을 이루던 원자들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우주로 돌아가 다른 생명이나 자연의 일부가 된다. 과학의 눈으로 바라본 죽음은 단절이 아닌 우주와의 재회이자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이었던 것이다.
2. 차가운 과학이 건네는 가장 인문학적인 질문
저자는 과학이 단순히 기술을 발전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성찰하는 '태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의문표를 던지고 자신의 틀렸음을 인정하는 겸손함에서 출발한다.
차디찬 물리 법칙(엔트로피 법칙 등)이 지배하는 허무한 우주 속에서, 서로를 아끼고 온기를 나누는 인간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기적이 된다. 맹목적인 믿음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야말로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게 만드는 진정한 과학적 사고의 힘이다.
3. 과학으로 세상과 사회를 읽다
책은 실험실 안의 과학에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 환경문제, 사회적 불평등 등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로 시선을 확장한다. 자연계의 모든 물질이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을 찾아가듯, 사회 역시 서로 다른 가치들이 끊임없이 대화하며 균형을 맞춰가야 함을 일깨워준다.
과학적 이성은 거창한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합리적이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지혜가 되어야 한다.
4. 우리가 별의 먼지라는 사실이 주는 위로
과학이 비정하고 차갑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밤하늘의 별과 같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만큼 로맨틱하고 거대한 위로는 없다. 내가 마시는 공기, 내 몸을 이루는 작은 세포 하나까지도 모두 수십억 년 전 우주가 품었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삶이 고되고 작게 느껴질 때, 내 안에 광활한 우주의 기적이 숨쉬고 있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살아갈 커다란 용기를 얻게 된다.
5. 편견을 깨고 있는 그대로를 마주하는 힘
김상욱 교수가 강조하듯, 과학은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에서 출발한다. 내 생각만이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사실을 마주하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태도는 비단 학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타인과의 관계나 복잡한 사회 현상을 바라볼 때도 이러한 과학적 태도를 지닐 때, 비로소 편견 없는 소통과 진정한 공감이 가능해진다.
💡 읽기를 마치며
"과학은 차갑지만, 과학을 하는 인간의 마음은 따뜻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 층 넓어짐을 느낀다. 밤하늘의 별빛을 보며 내 안에 새겨진 우주의 역사를 떠올리고, 나와 함께 이 광활한 우주에 잠시 머무는 수많은 생명을 더욱 귀하게 여기게 된다. 지식을 채우는 공부를 넘어, 내 삶과 우주를 한층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뜻깊은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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